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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운전면허 실기시험,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2016년 6월 첫째주 이야기

이민 준비로 엄청 바뻤던 새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6월이네요! 지난 5개월동안 미국 입국 전에는 이민 준비로, 입국 후에는 정착하느라고 정말 열심히, 그리고 바쁘게 지낸것같아요. 6월도 힘내보렵니다!! ^_^ 신랑도 구직 시작한지 이제 한 달이 되었는데 곧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이제 운전면허 취득만 하면 이민 초기 정착 시 해야할 일을 다하게 됩니다.

운전 실기 시험보기 이틀 전, 실수를 연거푸 거듭하는 저 때문에 신랑은 또다시 엄청 못된 선생님이 되었고, 저는 길가에 차 세우고 운전 안하겠다고 진상을 피웠더랬죠. 덕분에 자신감 -100, 자존감 -200 하향된 저는 집에 돌아오는 한 시간 동안 말 한마디 안했고 그렇게 우리 둘은 묵언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서러워서 오는 내내 울었었던 저는 이런 꼴로 어떻게 시댁에 들어가 어머님 얼굴을 볼까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신랑이 먼저 사과를 하며 진정을 시켜줬더랬죠.

한국에는 없는 미국의 정지(STOP) 표지판 때문에 신호등이 없고 정지 표지판만 있는 교차로에서는 누가 우선권을 가지는지 정말 헷갈려요. 네 방향 모두 정지표지판이 있으면 정지선에 도착한 순서대로 갈 길 가면 되지만 어쩔때는 두 방향만 정지 표지판이 있고, ‘ㅓ’자형 도로에도 이 중 한 곳만 정지선이 있으면 누가 우선권을 가지는지 확인하기위해 상대방이 정지선이 있는지도 확인해야해요.

남편은 운전면허 취득하기 전 (바야흐로 12년 전)에도 이곳 저곳 부모님과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미국 교통법을 알고 있었지만, 완전 생소한 이 곳의 교통흐름법이 저는 아직도 헷갈리고 어렵습니다. ㅠㅠ 이래서 과연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나 있을런지. 그리고 취득한다고해도 사고 없이 운전 잘 할 수 있을런지, 걱정이 태산이에요. 매일 운전연습을하며 신랑과 티격태격하기는 했지만 이 날만큼 긴장감이 극에 다한 날은 없었던 것 같아요. 더군다나 운전시험을 이틀 앞둔 상황이었으니 남편도 많이 답답했을테고, 저 또한 무지 속상한 와중에 걱정은 산더미처럼 커져만 갔습니다. 침묵의 시간을 갖고 집으로 오던 중, 집에 거의 다올 무렵 차를 세우고 신랑이 진심어린 사과를 건냈습니다.

너가 미국인이 아닌걸 자꾸 까먹어. 이곳에서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 중 한국에는 없는 것들이 너에게 생소하고 어려운게 당연한건데 화내서 미안해. 오는 길에 생각해보니까 미국사람들은 운전면허 배울 때 이미 어느정도 교통법도 알고 있기도하지만, 운전연습도 허가증가지고 무려 1년동안 연습하고나서야 실기시험 보는데 너는 지금 그걸 한달만에 할려고 하니까 잘 모르고 어려운게 당연한 것 같아. 나도 실기시험 보기전에 1년동안 연습했었어. 울지마. 집에 가서 그림그려서 다시 잘 설명해줄께.”

생각치도 못한 진심 어린 사과를 건내준 신랑 덕택에 진정하고, 저녁은 제가 먹고 싶다던 패스트푸드 중국음식점인 Panda Express에서 시부모님이랑 같이 먹었어요. 음식 시킬때 덩달아 주는 포츈쿠키. 제가 받은거에는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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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not dwell on differences with a loved one. Try a compromise 사랑하는 사람과의 다른점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말고 타협하려고 시도할 것”

집에 오는 내내 속으로 ‘그래 너 잘났다. 너는 뭐 처음부터 운전 잘했을것같아? 진짜 못됐어 ㅠㅠ’, ‘그래, 넌 다 잘하지. 난 잘하는것도 없고. 운전도 못하고…ㅠㅠ’ 라고 생각하며 흐느꼈는데, 그랬던 저에게 일침을 가하는 말이었어요. 다음에는 이이랑 다른 점에 대해서 고민할게 아니라 어떻게 함께 풀어갈지를, 어떻게 도움받을지를 고민할 수 있는 심적 여유가 있기를 기도해봅니다.

운전면허 실기 하루 전 날. 마침 동네에 있는 말윈과 엘리자베스랑 멕시코음식점에서 저녁을  같이 먹었어요. 저의 선택은 화히타(fatijas). 상추에 고기 싸먹듯이, 옥수수 전병에 고기, 야채 넣어 싸먹으면 되요. 푸짐하게 배를 채우고 간 곳은 신랑 친구가 일하는 펍. 그곳에서 또 벌어진 Catan 한 판. 오늘의 승리자는 신랑입니다. 내일 시험을 위해 저는 얼음물만 홀짝 홀짝 마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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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D-day. 예약된 시간 한시간 전에 미국 차량국에 도착하여 동네에서 운전연습 한번 하고, 쉼 호흡 한번 하고 순번 등록을 했지요. 사진에는 안보이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차량국은 만석이네요.

드디어 실기시험보러 떠나기 전. 초라하지만 블로그에 올릴만한건 무조건 남기기로했으니 사진 한장 남겨주었지요. 오른쪽은 오늘 저의 감독관인 짐 (Jim) 아저씨입니다. 첫인상이 아주 좋고 친절한 느낌이 폴~폴~ 나는 분이셨어요. 과연 저는 합격했을까요?… 이 글 가장 마지막에 결과를 공유하겠습니다.. ㅎㅎㅎ

일요일에는 한국에서 캘리포니아로 휴가오신 전 직장 부장님(이하 제시님)과 친구분들을 만나러 샌프란시스코에 갔어요. 4월에 이어 근 한달반만에 가는 샌프란시스코행에, 게다가 부장님도 몇달 만에 만나고, 혹시 모르게 먹을 수도 있는 한국음식 생각에 며칠 전부터 완전 들떠있었더랬죠. >.<

(가뭄때문에 고속도로 옆 윈도우 장면의 들판은 몇달 전에 초록색이었는데 황금색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네요. 자정이 되어 돌아오는길에는 도시 위로 뿌옇게 앉은 안개때문에 아무것도 안보였어요. 저렇게 안개가 자욱하게 끼기도 쉽지 않은데 말이죠.)

여하튼 우리는 간만에 제시님 만나서 덩실 덩실~~! 우리 일행은 금문교 넘으면 있는 소살리토 동네가서 피자집에서 피자와 샐러드로 배를 채워준 뒤 뮤어우즈 (Muir Woods) 라는 주립공원에 가서 울창한 숲 안에서 4km 트래킹도 하고 나이가 2천년이 넘은 나무들도 보았지요. 저녁으로는 시내에 고려정이라는 한인 식당에서 비빔밥, 김치찌개, 해물순대부찌개, 삼겹살까지 +_+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곳, 좋은 음식까지 행복 가득한 하루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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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나무 크기 덕에 팅커펠 사이즈가 되버린 우리.jpg

제시님 덕분에 몇달만에 친정엄마 만난 기분으로 샌프란시스코 다녀왔네요. 다음에 오실때는 (미래의) 저희 신혼집으로 모실께요! 덕분에 너무 즐거운 시간보냈고, 음식도 너무너무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꿈만 같았던 하루가 지나고 다시 현실에 돌아온 우리 둘은 오늘도 열심히 정원을 가꿉니다. 이번에 새로 시도한 전기톱. 그 무거운 무게가… 다음 며칠동안 어깨를 짓눌렀어요. 흑흑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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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 점점 더워지는 날씨때문에 일회용 플라스틱 장갑을 끼고 정원 가꾸는게 안타까워 보였는지 시아버님은 요롷게 알록달록한 정원용 장갑을 사주셨어요. 으흐흐. 열심히 가꾸라는 말씀이시지요? ㅎㅎ

집안 일도 열심히 도와드렸으니 열심히 놀아보렵니다. 삽십이 가까워지는 이 시점에서 미국의 중고생들처럼 쿨하게 스케이트 타보는게 소싯적 작은 꿈이었다며 날개짓하며 열심히 연습하는 이 동네 유일한 한국인. 보기보다 쉽지 않지만 계속 연습하면 저도 스케이트보드에서 춤추고 점프하고 할 수 있는건가요? 이 세상에 불가능이란 없는거 맞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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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에는 불법 도박장의 냄새가 명백히 나지만, 사실 이 방은 아주버님이 독립한 후 사용하지 않는 빈방이에요. 바닥에 카페트를 다 떼어버린후 시멘트 바닥만 남아 보기엔 좀 그렇지만, 아주버님과 신랑 그리고 저는 오늘도 열심히 Catan 한판을 쳤습니다. 로스엔젤레스에서 저희 시댁 방문중이신 시외할아버지가 거실에서 주무시고 계셔서 어쩔수 없이 아주버님의 옛 방으로 들어와 속삭이다시피 게임을 했답니다. Catan은 전략을 잘 펼치기도 해야하고 운도 따라줘야하는 게임이라 성인들이 하기에 정말 재밌있는 게임인것같아요. 기회가 되신다면 보드게임방에서 한번 해보셔유.

이번 주 먹은 음식들: 라자냐와 샐러드, 과일 | 햄, 치즈, 아보카도, 버섯, 양상추 샌드위치 | 소고기 타코 | 신랑이 만든 햄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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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참, 이건 지난주 당구장에서 먹은 나쵸치즈인데.. 깜빡하고 못올렸어요. 미국에서는 치즈를 아낌없이 나쵸칩 위에 부어버리네요. 치즈를 못먹는 말윈이 치즈가 안묻은 나쵸칩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한개도 못찾았을 정도로 치즈 듬뿍. 할리피뇨도 듬뿍듬뿍. 이곳에서는 먹는거 하나는 정말 아낌없이 손크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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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운전면허 실기 결과!!!!!

“Nice Drive” 라고 코멘트 받으며 총 4점 감점으로 (16점 감점 이상 시 탈락) 합격했어요! 짐 감독관말로는 도로상에서는 감점이 없었고, 마지막에 차량국 들어올 때 주차장에서 후진하는 자동차를 기다리지 않고 지나가 버렸기 때문에 감점받았다고 하네요. 실기시험보는 내내 운전학원 선생님과는 달리 아무런 코멘트 없이 지시만 계속 내려주셨던 터라 어디서 틀렸는지 잘 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는데… 패스했다고 하니 너무 기뻤어요. 게다가 칭찬은 덤으로. ㅠㅠㅠㅠ

사람들 대부분 쉽게 붙는다는 운전면허.. 저 혼자 호들갑스럽게 걱정한거 알아요 ㅠㅠ 그래도 운전에 ‘운’자도 모르고 열심히 대중교통만 평생 사용하던 저에게는 외국에서 꼭 패스해야하는 시험이라 더 걱정했던것 같아요. 필기는 다행히 한국어로 봤지만 실기는 한국어로 볼 수도 없고, 감독관은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사는) 로스엔젤레스가 아닌 이상 미국인일 확률 백퍼센트에 운전학원까지 다녔는데 떨어지면 어떻하나 노심초사 했어요.. 한번에 붙어서 천만다행이지 모에요. ㅠㅠ 이 모든것을 하나님께, 운전학원 테드 선생님에게 그리고 지옥훈련 매일 시켜준 신랑한테 돌립니다. 야호! 저도 이제 캘리포니아 합법 운전자에요!

아 참..운전면허증은… 우편으로 빠르면..한달..늦으면 3-6개월도 걸릴 수 있다네요. 또 목이 빠지라 우편물을 기다려야하는 처지지만 그래도 이번의 기다림은 달달하것만 같아요 흐흐. 부디 시댁에서 독립하기 전에 도착하기를 기도해봅니다.

더운 여름, 그리고 지구 반대쪽의 추운 가을을 보내고 있을 친구 및 가족분들, 힘차게 6월 보내고 계시길 바래요! 


Ciena About Author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에서 활동하는 블로그 운영자이자 콘텐츠 제작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