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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회사

하루에 10시간, 주4일 근무하기

4/10 Work Schedule

회사에 비수기가 드디어 찾아왔다. 입사하자마자 지난 6개월간 쉴틈없이 초과 근무하면서 달려왔었는데, 일이 많이 줄어든 요즘은 숨 돌리면서 일도 하고, 동료들이랑 얘기할 시간도 생겨서 너무 좋다. 비수기에 맞춰 회사에선 6주동안 기존의 주5일 하루 8시간 근무제 대신, 주 4일 10시간 일하는 선택 근무제를 제안했다. 주3일을 쉬는 대신, 일하는 4일의 근무시간을 8시간에서 10시간으로 늘리는 것이다. 이는 미국에서 기업들이 선택하는 근무제중의 하나로 4/10 Work Schedule (이하 4/10 근무 스케줄)이라고 불린다. 근무시간이 정해져있지 않은 테크업계 회사나 3교대 근무가 있는 일부 서비스직을 제외한다면, 일반적인 기업은 보통 주 5일(하루 8시간/주40시간) 근무제를 선택한다. 4/10 근무 스케줄은 우리 회사처럼 비성수기에만 진행하는 곳이 있는가 반면, 일부 전문직에는 아예 고정된 스케줄로 적용되기도 한다.

성수기 시즌에 오버타임 포함하여 주 5일 하루 10시간 일은 해봤어도, 4/10은 처음인지라 호기심반 설레임반으로 바로 신청했다. 어느 요일에 쉴 지는 내 마음대로 선택한다기보단, 업무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팀내 같이 상의해서 결정해야 한다. 6명인 우리팀에서 신청한 사람은 나랑 우리 상사밖에 없었는데, 나머지 4명끼리는 서로 대비인력이 되는데, 우리 상사랑 나는 팀내에서 서로의 유일무이 예비인력이라 우리 둘 다 같은 날에 쉴 수 없다. 울 상사는 번갈아가면서 월/금 선택하자고 나에게 선택지를 주었다. 이게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긴한데, 어쨌든 결론은 나는 월요일마다 쉬는 쪽을 선택했다.

근무시간대는 하루 10시간만 일하면 아무렇게 내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어서, 아침 1시간 일찍 출근하고, 현 점심시간을 1시간에서 30분으로 줄인다음, 퇴근은 30분 늦게하여 하루 10시간을 일하는 스케줄을 만들었다. 그리고 오늘이 그 첫 휴일날! 내일부터 한시간 더 일찍 일어나야하지만, 한시간 일찍 더 출근하고 30분 늦게 퇴근해서 하루 휴일을 얻는 건 꽤 괜찮은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점심도 30분 안에 늘 먹어왔기 때문에 문제 되지 않을 것 같고. 더군다나 내려올줄 모르는 기름값을 고려해봤을때 돈도 절약할 수 있는 일석이조.

4/10 근무 스케줄 예시

  • 기존 스케줄: 월~금, 오전 8시~ 오후 5시 (점심시간 1시간, 총 근무시간 하루 8시간, 주 40시간)
  • 변경된 스케줄: 화~목, 오전 7시 ~ 오후 5시반 (점심시간 30분, 총 근무 시간 하루 10시간, 주 40시간)

4/10 스케줄의 단점이라면 바뀐 패턴으로 적응하는 기간동안 몸이 피곤할 것 같고, 장기적으로 실행될게 아니라 몇주 실행하고 원래 근무 스케줄로 돌아가야하니 피곤한 텀이 더 길어질 것도 단점이 될 수 있다. 바쁜 시기엔 엄두도 못낼 스케줄이긴 하지만, 아무리 비수기에만 실행한다해도 고객들이나 내부 직원들이 내가 휴무인 날에 내게 연락한다면 당일 답을 못받는 것도 단점이면 단점이 되겠다. 급한 일은 회사로 연락하라고 부재중 메세지를 설정해놨기도 하고, 내 직통번호도 상사에게로 돌려놨고, 왠만한 일들은 대비인력인 우리 상사가 처리 가능한 일들이라 크게 걱정은 되지 않는다.

9/80 Work Schedule

우리 회사에선 도입한 체제는 아니지만 미국 회사중엔 4/10 근무 스케줄 외에도 9/80 스케줄을 따르는 곳도 있다. 9일 동안 80시간을 일하고 10번째 날에 쉬는 스케줄이다. 다니던 전 회사에서 채용을 돕던 주택청(Hoursing Authority)의 공무직들이 이 스케줄을 따랐다. 9/80 스케줄 개념은 약간 복잡하긴 하지만 설명해보자면, 2주의 사이클 안에서 첫번째 주 월~목요일에 하루 9시간을 근무하고(총 36시간) 그 주의 금요일엔 8시간을 근무한다. 그렇게 첫번째 주에 44시간의 근무시간을 채운다. 두번째 주에 똑같이 월~목요일 동안에는 9시간을 근무하는데(총 36시간), 두번째 주의 금요일은 쉰다. 이렇게되면 2주에 한번 금요일을 쉬어도 총 2주간 80시간을 일한셈이고, 휴일이 하루 껴있지만 정상근무한 것으로 쳐서 페이는 차감없이 똑같이 2주급을 받게 되는 것이다. 오버타임은 예정된 근무시간(첫번째 주 44시간, 두번째 주 36시간)을 넘기면 받게 된다. 이 9/80 근무체제를 따르는 직원은 한달에 두번의 금요일을 쉬게 된다.

9/80 근무 스케줄 예시

아래는 무급 점심시간을 1시간으로 봤을 때의 9/80 근무 스케줄 예시이다. 이 2주간의 사이클이 반복된다. 점심시간이 1시간이 아니라 30분이라면 아래 예시에서 출근시간을 30분 늦추거나 퇴근시간을 30분 줄여 보면 된다.

첫번째 주:

  • 월~목: 오전 7시~ 오후 5시 또는 오전 8시~ 오후 6시 (점심시간 1시간, 하루 9시간 x 4일= 36시간 근무)
  • 금: 오전 7시~오후 4시 또는 오전 8시~오후 5시 (점심시간 1시간, 하루 8시간 근무)
  • 첫 주 총 근무시간: 주 44시간

두번째 주:

  • 월~목: 오전 7시 ~ 오후 5시 또는 오전 8시~오후 6시 (점심시간 1시간, 하루 9시간 x 4일 = 36시간 근무)
  • 금: 휴무

(여담) 4/8 근무 스케줄

캘리포니아주에선 올해 주 4일 근무제 도입하자는 법안을 추진했었는데 지난달 불발되었다. 법안의 골자는 직원수 500명 이상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 5일제(총 40시간 근무) 대신, 주 4일제(총 32시간 근무)를 의무화하자는 것. 여기에 직원들은 임금 삭감없이 기존의 급여 그대로 100% 받고, 직원들이 주 5일을 꽉 채워 일해야하는 상황이라면 고용주측에서 직원이 5번째 일하는 날은 초과근무 수당(정규 급여 1.5배)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주말에 밀린 집안 일과 장보고 나면 하루는 금방가기 마련이라 일주일에 하루만 쉬는 느낌인데, 주 4일 일할 수 있게 되면 확실히 워라벨을 더 잘 맞춘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긴하다. 과연 주4일을 일하는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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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ena About Author

캘리포니아에서 활동하는 블로그 운영자이자 콘텐츠 제작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