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u
Stories

재택근무 3개월 이후. 출근길이 설레다

2020년 6월 중순. 코로나바이러스로 재택근무를 한 지 벌써 세 달이 다 되어 가는 시점인 지난주부터 나는 다시 매일 출근을 하게 되었다. 완전히 정상 출근은 아니고, 우선 2주간은 단축된 시간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한다.

재택근무를 하는 동안 안전하게 자가격리를 할 수 있어 감사했고, 줄어진 출퇴근 시간 동안에 자기계발에도 더 투자할 수 있었던 점도 정말 좋았다. 세상사 다 나쁜면만 있을 수 없고, 늘 양면이 있기 마련이니 어려울 땐 빨리 그 속에서도 밝은 면을 보려고 노력하고,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찾으면 언제든지 좋은 쪽으로 뒤집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면에서 전화위복은 노력도 필요하지만, 사실 관점만 바꿔도 가능하다. 그래서 다시 출근하는 게 마냥 싫지만은 않았다. 일상으로 복귀하기엔 이르다는 민중의 우려도 있지만, 회사로 복귀를 하고 말고는 자영업자도 아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니, 어차피 해야할 거, 이왕이면 좋은 점에 집중하고 싶었다. 정말 간만에 출근하는게 설레였던 점을 몇가지를 적어본다.


맑은 공기와 따듯한 햇살

지난 3달간 나의 삶은 아파트에서 2분거리에 있는 마트에 간 거를 제외하곤 거의 집에만 있었기 때문에 거의 창살없는 감옥수준으로 지냈다고 해도 틀린 표현이 아닐거다. 미국 내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이 심각해진 3월-4월에는 장도 한달에 2번만 봤을 정도로 정말 외출을 자제했다. 옥상도 못가고 공용으로 이용하는 수영장도 모두 사용금지가 되어 바깥 공기를 마실 수 있었던 유일한 곳은 우리집 발코니인데, 이마저도 햇볕이 들어오지 않는 곳이라 햇볕은 거진 구경을 못했다는… ㅠㅠ 부족한 비타민 D는 종합영양제로 채우고, 답답함이 몰려올 땐 발코니에 나가서 비록 따듯한 햇살은 들어오지 않지만 쉬원한 공기를 맘껏 마시는 걸로 스스로를 달랬었는데… 지난 주 출퇴근길에 천연 비타민 D가 가득 함유되있을 것만 같은 따듯한 햇살을 만끽하니까 너무너무 좋았다. 몸이 유기농 자연산 중탕사우나로 호강하는 느낌이랄까. 선선한 바람과 맑은 공기도 정말 최고다. 식물들도 따듯한 햇살을 받으면 이런 행복감이 들까? 갑자기 식물과 감정이입 무엇? ㅋㅋㅋ

활동량 재개

대중교통 이용하며 출퇴근을 하니 하루 평균 만삼천보씩 걷곤했는데 재택근무에 외출자제까지 하다보니 활동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르는 결과는 당연한 것. 몸이 뻐근하고 무거워진것도 사실이지만, 더 큰 문제는 장 활동량이 적어진 점이었다. 몸을 잘 움직이지 않으니 갈증도 덜 타서 물도 덜 마시게 되고… 초반에 정말 고생했다. ㅜㅜ 또 다른 큰 문제는 밤에 잠이 안왔던 것… 평소 태우는 에너지량이 있는데 이에 미치지 못하니 몸이 덜 피곤해서 자정이되도 눈이 말똥말똥한게 아닌가… 어린 남자아이가 밤에 잠을 잘 자려면 많이 움직이고 놀게끔 해주라는 어른들의 말씀이 떠오르면서… 성인들도 밤에 제시간에 푹 자려면 어느정도의 활동량이 따라줘야 가능한거구나 싶었다. 지난주에 출근을 다시 하고부터는 다시 하루 걸음을 만보이상 찍으며 움직이니 정말 살 것 같았다. 물도 하루 내게 적정량인 2.5리터씩 마시는데 덜 부담스럽고. 그간 재택근무를 하며 홈트나 자전거등을 타며 활동량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많았겠지만, 나는 일상속에서 많이 걷는게 가장 좋고 나랑 잘 맞는것 같다. 진짜 하루 힘차게 에너지 쓰며 돌아다니고 집에 노곤하게 들어와서 밥먹고, 씻고, 세상모르게 잘 수 있는게 이렇게 반가울 일이다.

동료들과의 재회

일상의 평범한 대화도 얼굴 보고 목소리 들으며 얘기하는게 문자나 메신저로 얘기하는 것보다 훨씬 좋고 재밌다는걸 뼈저리게 느꼈다. 물론 짝궁과도 집에서 많은 대화를 매일 하긴 하지만, 동료들과 공감되는 주제들도 따로 있으니까 ㅋㅋㅋ 물론 마스크 쓰고 얘기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정말 간만에 동료들 만나서 물 만난 물고기마냥 서로 바톤을 주고 받으며 그동안 못다한 얘기를 한껏 나눴다. 점심 후다닥 먹고 산책 고고 ㅋㅋㅋ 진짜 이런게 회사다니는 맛이지. 점심 후 동료들과 함께하는 산책은 언제나 옳다. 6월의 춥지도 덥지도 않은 포근한 캘리포니아 완벽한 날씨도 한몫함!

불안 요소 제거

회사서 나의 대부분의 업무는 건물관리와 관계가 있기 때문에 집에 있는 동안 마음이 꽤 편치 않았다. 행정명령으로 다른 회사들도 다 닫는 상황이고, 별 일 없을거라고 상사분들도 안심을 시켜주셨었지만 내가 맡은 일이라면 모든 상황을 빠삭히 알고, 컨트롤 하고 싶어하는 내 성격으로 인해 이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안받는다는건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서 일부러라도 코로나바이러스와 연관된 정신건강 기사, 컬럼들도 많이 찾아보고 적용해보려고 했지만,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마음보단 몸이 말썽이었다. 무의식중에 계속 신경이 쓰였는지 목이 숨쉬기가 힘들정도로 부어올라서 소화제, 위역류성식도염 약, 진통제, 소염제 다 먹어봐도 전혀 듣질 않았다. 갑상선? 위염? 식도염? 별의별 무서운 생각이 다 들었는데 결국 스트레스성 반응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붓기가 하루종일 있는게 아니고 오후 때부터 시작해서 잠들 때까지 있다가 아침이며 또 없어지곤 했으니까.

결국 회사를 나갔다 오는게 유일한 약일거라 생각되어 몇번 회사에 나가 정리할 수 있는 건 정리하고 일도 보고 했었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회사를 다녀온 이후 며칠간은 목이 전혀 부어오르지 않았다. 이 기회로 나는 우리의 정신과 몸이 얼마나 긴밀히 연관되어있는지 알게되었다. 내가 담당하는 모든 업무를 집에서 해결이 가능했다면 이런 고민을 하지도 않았을텐데, 좀 아쉬운 부분도 있다. 다음 직장을 잡을 때는 집에서도 처리가 다 가능한 직무를 찾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이런 불안 요소가 회사로 복귀하면서 완전히 없어져서 다행이라는!


간만에 설레임 가득한 출퇴근 길이었다. 재택근무 이후로 가장 큰 변화가 회사에 출근하는 거였기 때문에 그 중심으로 글을 썼지만, 사실 기존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어서 기뻤다는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선선한 바람과, 따듯한 햇살과, 청량한 공기를 마시며 자유롭게 돌아다니는게 특별하지는 않지만 우리 지구인들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자 축복이다. 매일이 감사하다.


Featured image courtesy of Eutah Mizushima on Unsplash

Ciena About Author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에서 활동하는 블로그 운영자이자 콘텐츠 제작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