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u
미국생활

세상에서 가장 비싼 생일 선물

얼마 전 내 생일이었다. 우리 부부는 결혼 전에도 서로에게 딱히 대단한 생일 선물을 챙겨준 적도 없지만, 결혼 후에 은행 계좌를 다 합치고 나서는 같이 외식하는 정도로만 서로의 생일을 챙겼는데 그것도 첫 두 해 정도만 그랬던 것 같고, 집 구매를 위해 저금을 시작하기 시작한 후로는 외식마저도 하지 않았다. 둘 다 생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기도 하거니와, 사치도 하지 않아 소소하게 생일 카드만으로도 충분히 생일을 축하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결혼 후 올해 처음으로 시댁 식구들과 내 생일 주말을 같이 보냈다. 매일 스크린으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던 가족들이 내 눈 앞에서 노래를 불러주고, 케이크도 챙겨주니 따뜻한 무언가가 가슴 속 깊은곳에서 몽글 몽글 올라오는 느낌이다. ‘오늘 내 생일이구나’라고 정도만 인지하고 넘어갔던 지난 몇해의 생일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런게 행복이구나. 이건 돈으로도 못사겠지’라는 생각에 눈물이 울컥 올라온다.

33년전에 나 낳느라고 고생 많았다고 한국에 계신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멀리 있는 딸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하다는 우리 엄마. 이틀동안 진통 앓으며 힘들게 낳고, 키워준 것 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역할을 다 했고, 부모로서 해줄 거 다 주셨기에 나는 더 받을게 없으니, 전혀 미안해 하지 말라고 전했다.

전생이라는게 있다면 나는 나라를 여러번 구했을거고, 그런게 없다면 나는 현생에 잭팟을 여러번 맞은 사람이다. 친정 부모님은 내게 부족한거 없이 다 주셨고, 시가족들도 다 둥글둥글 너무 좋은 분들이다. 나라도 배경도 다른 시부모님과 내가 이렇게 가치관이 잘 맞는것도 너무 신기하고 감사하다. 무엇보다도, 더할 나위 없는 내 짝궁을 만난 건 내 생에 최고의 선물이자, 그와 함께 살아갈 매일 매일이 또 다른 선물이다. 어떠한 돈을 지불해도 살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내 선물. 가족과 든든한 내 인생의 동반자가 있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한 삶이다. 다른 생일 선물이 필요없다.


Photo by Nikhita Singhal on Unsplash

Ciena About Author

캘리포니아에서 활동하는 블로그 운영자이자 콘텐츠 제작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