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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ies

미국에서 가장 참을 수 없는 것

미국의 수돗물

부제: 수돗물과의 전쟁

오늘은 제가 미국에서 살면서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인 미국  수돗물에 대해서 얘기를 좀 하고자 해요.

처음 미국에 와서 시댁에 있는 5개월 동안은 사실 수돗물에 대한 불편함은 크게 느끼지 못했어요. 문제는 분가를 하고 LA에 이사를 왔을 때 첫 주에 생겼습니다. 식사를 하다 물을 마시는데 컵에서 생선 비릿내도 아닌것이, 계란 비린내도 아닌것이.. 뭔가 강력한 비린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설거지를 깨끗이 잘 안했나 보다-라고 생각하며, 다른 컵을 가져와 물을 마시는데.. 이런, 또 똑같은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결국 찻장에 있는 컵을 다 사용하고 나서야 저는 뭐가 잘못되었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곤 신랑 코에 컵을 갔다 대며, 이 비린 냄새가 무슨 냄새냐고 물었죠. 신랑은 정말 덤덤하게 대답을 했습니다.

응? 수돗물 냄새인데?”

아니, 수돗물이 썩은 물도 아닐테도 왜 이런 냄새가 나는거지?… 수돗물이 문제라면 앞으로 계속 이렇게 비린내 나는 컵과 그릇을 사용해야한다는 말인가? 온갖 생각이 머리에 스치면서 순간적으로 정말 크게 좌절했었어요. 그런 저를 옆에 두고 남편은 타들어가는 저의 속도 모른채 또 덤덤하게 이렇게 말합디다.

그래서 설거지 후에 바로 마른 수건으로 닦아서 말려야해. 그럼 냄새 안날거야.”

사실 분가를 하면서 주방용품, 청소용품등을 구입하며 식기 건조대도 구입을 원했는데 남편이 강력하게 말렸었어요. 디자인이 마음에 안드나-하고 다음에 와서 사야겠다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돌렸었는데 아마 설거지들을 자연스럽게 말리지 않고 하나하나씩 다 마른 수건으로 닦아야한다는걸 알고 그렇게 말렸었던것 같아요.

이리하여 저는 이 날 이후로 설거지 후에 모든 주방용품을 설거지 직후에 마른 수건으로 물기 한방울 없도록 닦아 천장에 바로 넣어버립니다. 그렇게 하면 신기하게도 물 비린 냄새가 안나요. 사실 미국가정에서는 모두 이렇게 설거지를 하고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닦은 뒤에 찬장에 그릇들을 넣어요. 물비린내가 나지 않는 저희 시댁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고요. 어느 미국 가정을 가도 한국 가정이라면 꼭 있는 식기 건조대는 보이지 않고, 대신 설거지 후 식기들을 닦을 수 있는 마른 수건들이 어딘가에 걸려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으실거에요. 설거지를 하고 나서 해야하는 작업이 한 단계 더 늘어 귀찮긴 하지만..그래도 이렇게 해야 비릿한 수돗물 냄새를 피할 수 있으니 어쩔수없이 두단계에 거쳐 설거지를 마무리하고 있어요. 여하튼 수돗물 소동은 이렇게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며칠 뒤…

세면대에 흰 자국들이 하나 둘 씩 늘어가는게 영 눈에 거슬립니다. 물을 끼얹은 뒤 손으로 문질러 보아도 이 물때들이 곧 잘 지워지지 않아요. 물기가 마르면 또 자국이 남더랩니다. 이건 또 무슨 문제일까요.. 어김없이 남편에게 이 자국들이 왜 자꾸 생기냐며 물었더니, 이것 또한 수돗물 때문이랍니다. 미국 수돗물엔 미네랄이 많다나.. 어쨌다나..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아 여기저기 또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흰 물때가 많이 묻어있는 욕실 수도꼭지

“물은 경도에 따라 크게 경수와 연수로 나뉘는데 경도는 물이 함유한 미네랄(칼슘, 칼륨, 마그네슘 등) 양을 수치로 나타낸 것으로 수치가 낮은 물을 연수, 높은 물을 경수라고 한다. 한국의 수돗물 및 지하수는 대부분 연수이고, 유럽 및 미국은 주로 경수이다. 경수 내의 석회수가 이산화탄소와 만나면 탄산칼슘과 물이 되는데 탄산칼슘은 물에 녹지 않아 흰색의 앙금이 생겨 뿌옇게 흐려지게된다. 이 탄산칼슘은 물에 끓여도 사라지지 않고 하얗게 침전물이 남게된다. – 참조: 네이버 백과사전”

경수가 대부분인 미국수돗물은 거의 석회수래요. 설거지 한 다음에 흰 흔적이 남는다면 석회수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다죠. 미국에서는 석회수 (Lime Water)라는 표현보다는 경수의 영어 표현인 Hard Water 라고 불러요. 이런 석회질 수돗물을 만약 세차하는데 사용한다면, 차에도 하얗게 자국이 남게 되죠. 어디든 이 경수를 쓰고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바로 제거하지 않으면 하얗게 물때가 생기게 됩니다.

석회질 수돗물은 미국전역의 80%가 넘는곳으로 공급이 되지만, 지역별로 공급처가 달라 석회질의 함유량은 차이가 있대요. 보통은 정수기 (이동형/설치형)을 이용하거나 생수를 사서 마셔요. 이러한 물과의 전쟁 때문인지 미국은 전 세계에서 생수 시장이 가장 활성화되어있고 경쟁이 심하다고도해요. 얼마나 싸냐면 30개의 중간 사이즈의 생수병을 2불, 3불에 팔기도 한답니다. 마트에 가면 사람들 카트마다 생수가 한가득 담겨져 있는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죠. 어쩌면 미국에서는 생수 소비량이 커피와 우유 소비량보다 비슷하거나 더 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석회물을 쓰는 집에서는 보통 석회 제거 스프레이 (Lime-A-Way)로 청소를 하기도 하는데, 일반 청소용 세제를 이용한 후 마른 종이타월로 바로 물기와 얼룩을 제거를 해도 어느 정도 자국이 잘 지워져요. 저는 따로 석회제거제를 사용하지 않고 일반 욕실용 세제로 청소를 하는데 얼만큼 물때가 지워지는지는 아래 사진을 통해 보여드릴께요.

이 정도면 꽤 깨끗이 지워졌죠?

식수는요?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정수기는 일반 냉장고에 부착된 정수기 혹은 이동성의 브리타(Brita)와 펄(Pur) 제품이 있어요. 일반 수돗물을 사용 시 가습기나 커피포트에도 석회질이 끼기 마련이기때문에 음식을 하거나, 커피 끓이는 물 그리고 호흡기로 들어가는 가습기에 쓰이는 물은 생수 혹은 증류수 (Distilled Water)를 구입하여 사용해요. 저희 큰 시누이 같은 경우는 저희랑 같은 지역에 사는데도 수돗물을 그냥 마시던데..저는 석회질때문에 몸에 담석이 생길 우려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수돗물은 그냥 못마시겠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생수를 사다 마셨는데, 물값이 싸다해도 요리하는 물과 마시는 물의 양을 생각하면 물값도 무시를 못해 생수는 포기했습니다. 저희는 이동형 정수기로 시작을 했는데요, 하루에도 몇번씩 물통에 물을 부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긴 하지만 이제는 그냥 습관이 되서 크게 게의치 않아요. 아무래도 2인식구라 지금까지는 불편함이 없었는데 불편해지기 시작하면 설치형 정수기로 바꾸는것도 고려해야겠죠.

미국에서 물을 먹는 방법

1. 생수
2. 설치형 정수기
3. 이동형 정수기


샤워할 때는요?

마실 물을 정수할때에는 정수기가 필요하고, 샤워하는 물을 정수할 때에는 연수기(경수에 들어 있는 칼슘과 마그네슘 같은 양이온을 제거하여 연수를 만드는 기구)를 설치하면 됩니다.신기한건 물에있는 석회질때문에 머리가 많이 빠지는것 같은데, 피부는 정말 많이 좋아진것같아요. 이쯤되면 머리가 많이 빠지는 것은 석회질 물 때문이 아니라 나이가 들어간다는 증거인걸까요? ㅎㅎ 어쨌든 가정에 연수기가 설치되지 않은 이상 일반 수돗물로 머리 감을 때에는 머릿결이 엄청 푸석푸석해지고 엉켜서 컨디셔너가 없으면 정말 난리가 나요. 빗자루를 머리 감기는 느낌이랄까요;; 한국에서는 머리에 기름 덜 끼는 컨디셔너를 찾았다면 여기서는 수돗물때문에 오히려 유분기 있는 컨디셔너를 애용하고있어요.

미국의 아파트는 회사가 소유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가정집이 아닌 이상 아파트에 살 경우에는 마음대로 연수기를 설치할 수 없어요. 가정집인 저희 시댁은 차고에 연수기를 설치했는데 아래와 같이 연수를 하는 기계 (중간, 그리고 오른쪽)가 있고 왼쪽에는 연수할때에 쓰이는 소금이 쌓여있어요. 오른쪽 통에 소금을 부으면 중간에 연결되어있는 기계가 연수를 시키는 시스템이죠. 소금은 Home Depot이라는 곳에서 구입하는데 굉장히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요. 소금으로 연수가 된 물은 굉장히 미끌미끌거려요. 그래서 손 세정제로 손을 닦으면 비눗물이 다 없어진건지 모를정도로 미끌미끌하답니다. 어쨌든 이렇게 연수된 물로 샤워를 하거나 설거지를 하면 흰 물때가 안남고 머리가 푸석푸석해지는것도 덜합니다. 연수기를 설치 할 수없는 아파트에서는 샤워헤드에 설치 할 수 있는 소형 연수기(Filtered Shower-head)를 구입하셔서 사용하시면 되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눈이 녹은 물이나 빗물을 저장해 자가공급으로 수돗물을 제공하는 곳은 정수가 필요 없다는데, 미국에서 정수가 필요없는 대도시는 총 5곳으로 뉴욕, 보스턴, 캘리포니아의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그리고 오리건주의 포틀랜드라고 들었어요. 그곳에선 정말 정수를 안하시나요? 혹시 저 다섯곳중에 사시는 분이 이글을 보신다면 정보 공유해주시길 부탁드려요! 물이 상당히 깨끗하고 미네랄이 적으며 맛도 깔끔한 맛이라고 하는데 정말 궁금해요.

제가 살고 있는 남가주의 LA의 경우는 비도 잘 안오고 자가공급을 할 수 있는 강도 없어서 수돗물의 반은 북가주에서 그리고 반은 저 멀리 콜라라도 강에서 끌어온다고 들었어요. 먼거리에서 끌어오기 때문에 파이프냄새가 배여 비린내가 난다고 신랑은 그러던데.. 신빙성이 있는 얘기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뭐니뭐니해도 정수기 및 연수기 설치도 안해도 되고, 물비린내도 감내 안해도 되고, 수도꼭지를 따로 세제로 매번 물때를 지울 필요도 없는 한국 수돗물이 최고인것같아요. 오늘도 전 이렇게 또 한국을 그리워하게 되네요. ㅠㅠ


Ciena About Author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에서 활동하는 블로그 운영자이자 콘텐츠 제작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