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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람으로 산다는 것

한국에서 작은 사람으로 산다는 것 

나의 신장은 150, 몸무게는 45kg이다.

초등학교 때 20kg를 간신히 넘겼던 나는 평생 작은 아이로 살아왔다. 부모님도 작은 편이라 유전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어렸을때 지독히도 음식을 싫어하여 거의 먹지 않았다. 엄마 뱃 속부터 2차 성징이 왔던 거의 15년을 음식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나던 시기로 기억한다. 나를 임신하셨던 9개월동안 엄마는 먹은 기억이 거의 없다고 했을 정도로 먹는걸 꽤나 싫어 했었다.

그런 딸이 걱정되어 엄마는 내가 어렸을 때 한약을 수년간 지어 억지로 먹이다싶이 했지만 유치원때는 한약을 먹다 힘들게 먹은 밥까지 모두 게워내기 일쑤였고,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몰래 화장실가서 한약을 버리기도 했었다. 연중내내 늘 한약을 달고 살았던 건 아니지만, 유독 한약을 먹을때면 음식 냄새를 맡아도 구역질이 나서 음식을 더 멀리하곤 했다.

지금에서나야 한약의 부작용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그 어린나이에 부작용이라는걸 알리가 만무한 터. 나는 한동안 그렇게 먹는것과 전쟁을 치뤘다. 그런 나는 가족 중에서도 가장 작고, 친구들 중에서도 가장 작은 친구로 통한다.

키가 작아 불편한 점은 사람들의 예상보다 사실 그리 많지 않다. 높은 곳에 있는 물건이 필요하면 의자를 이용하면 되고, 아님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무거운 것을 못 옮기는 사람이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나, 높은 곳에 닿지 않아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나 진배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냥 자연스러운 일이고, 한번도 불편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물론 어렸을 때는 작은 키로 놀림을 많이 받곤했는데 성인이 된 지금 내가 작다고 부당 대우를 하거나 놀리는 사람은 없으니 그것 또한 일시적이었다고 본다. 물론 작은 신장으로 꿈에 제약은 있었다. 스튜어디스도 되보고 싶었고, 뮤지컬 배우도 되고 싶었고, 여군도 되고 싶었지만 신장을 포함한 여러가지 이유로 끝내 지원은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일까, 나의 이상형은 키크고 덩치 좋고 싸움도 잘하는 힘쎈 남자였다. 그것도 아주 오랫 동안말이다. 실제로 나의 이상형에 100%에 맞는 분을 만나서 교제도 했었지만, 외모나 외적인 부분만 맞았고 성격이 맞지 않아 얼마 지나지 않아 헤어지는 쓴 이별도 맛보았다. 그 분은 키가 184였는데, 데이트할때도 이런 저런 불편한게 은근히 많았다. 신랑은 평균 남자보다 작은 키이지만 나에게는 완벽한 짝이 아닐 수 없다.

가끔 불편할때도 있다. 엄마와 길거리를 가다가 내가 모르는 엄마 지인을 만나게 되면 나를 가장 먼저 소개하는 엄마의 멘트는  “제 딸이에요, 키가 좀 작죠.”이다. 어렸을때야 뭐 아무런 생각도 없었는데, 성인이 되고 들으니 꽤나 기분이 상하는 멘트가 아닐 수 없다. 아마 추측컨대, 다른 사람들이 나의 작은 신장을 먼저 지적해서 상처받느니, 본인 스스로 먼저 말을 해서 본인 감정에 방어벽이라도 치려는 처사였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엄마에게 나는 나를 그렇게 소개하지 말아 달라고 말할 시간은 분명 많았다. 하지만 엄마가 그렇게 타인에게 나를 소개하는건 나의 감정을 방어하기위한게 아니고 엄마 본인의 감정을 보호하기 위한 멘트인걸 알고는 아직까지 굳이 말하지는 않았다.

가끔 감정적인 날이면 엄마는 나늘 작게 낳아서 미안하다느니, 임신했을때 엄마가 먹지 않아서 내가 크지 않은것 같다고 속상해하시곤 하는데, 나는 엄마가 내가 키가 작아서 혹은 몸이 왜소해서 불편하거나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활에 불편한 점도 없고, 불행하지도 않다고 누수히 말씀드렸지만 엄마 입장에서는 속상함이 여간 가시지 않는 눈치이다.

작은 키가 죄는 아닌데, 그렇다고 불행할 일도 아닌데.. 난 그저 엄마가 키가 작은 딸이 있어서 속상해한다거나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딸이 정말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엄마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남에게 보이는 게 중요한 한국에서는 그렇게 생각하기가 정말 어려운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한다. 사회적으로 행복의 기준이 다른건 엄연히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가령, 시어머님은 내가 행복하면 집에서 가사만 해도 좋으니 행복한 일을 찾아서 하라고 하시는 반면, 울 엄마는 금의환향하라는 말을 매번 전화통화에서 꼭 남기시곤 한다. 금의환향도 좋지만.. 그게 누구를 위한 금의환향인지 의문이다. 나의 행복을 전제로 한 바람인지, 아니면 엄마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욕심인지. 행여 내가 가진게 없어도, 남들 이 인정해주지 않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도 내가 행복하다면, 그런 나를 바라보는 엄마도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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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 친구들 사이에서 크게 작아보이지 않는 나.jpg

미국에서 작은 사람으로 산다는 것 

호주에서는 나는 특히나 정말 작은 사람이었다. 호주사람들이 평균 신장이 크기도 하여 더더욱 그렇게 보였다. 가령 의류 같은 경우는 호주에서는 XXXS (트리플 엑스트라 스몰)이 맞았는데, 미국에서는 XXS(더블 엑스트라 스몰)이면 딱 맞다. 뭐, 덕분에 일했던 레스토랑에서도 전 직원들이 나를 살뜰이 도와줬고 (손에 닿지 않는 물건들이 많았기 때문에) 귀여움도 많이 받았다. 헬키츤에 나오는 고든렘지같은 불호령을 내리는 쉐프도 유일하게 먼저 도와줬던 직원이 나이기도 했다.

미국에 오기 전, 미국사람들은 또 얼마나 클까?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와보니 나와 비슷한 체구의 여성분들이 정말 많다 (야호!). 정말 다인종, 다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 나라답게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어울러져 살고 있어 이곳에서 나의 작은 신장은 크게 두드러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몇 달 전 교회를 갔을 때 어떤 키 큰 백인 여성분이 나를 보고 반색하며 “Wow, you are so tiny! (어머, 너는 정말 작구나!)” 라고 말했는데, 사실 당시에는 뭐라고 답을 해야할 지 몰라서 “Yea… (네…)” 라고 말하며 눈웃음을 주며 황급히 자리를 떴었다. 아니 그 주변에 있던 분들도 내 키 비슷한 분들이었는데 왜 그분은 유독 나에게 그런 얘기를 던질걸까? 이 얘기를 들은 신랑은 내가 귀여워서 그렇게 말한거라고는 하는데 나는 그의 답변이 그리 탐탁지 않았다.

그 이후로도 이런 사건(?)은 몇번씩이나 있었다. 처음에 들었을 때는 “나도 내가 작은거 아는데, 뭘 이렇게 새삼스럽게 말하는건지..” 라고 아주 냉소적으로 받아들였지만, 그 이후에 비슷한 톤으로 말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정말 나를 귀여워해서 하는 말이라는걸 알게되고는 이제 그냥 칭찬으로 듣는다. 버스를 타고 내릴때면 항상 고맙다고 기사아저씨에게 말씀드리곤하는데, 기사아저씨들은 나를 ‘No problem, sweetheart(괜찮아, 아가야)’ 라고 부르기도 하고, 모르는 어른들에게 honey라고 불리기도 하는것도 다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아마 그 분들은 나의 작은 키 때문에 내가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미국에서 작은 사람으로 불편한 점이 있다면 딱 한가지가 있다. 이곳에서는 아는 사람을 만날 때 정말 포옹을 많이 하는데, 간혹가다가 키가 정말 큰 사람들 (흔히 독일계 혈통)을 만날때면 까치발을 들어서 겨우겨우 포옹을 해내곤 한다. 그래도 대부분 센스있게 자세를 낮춰서 포옹해주고 내가 까치발을 들어서 힘들게 포옹해야하는 경우는 다행히그리 많치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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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여행을 잘 다니는 나. 통영에서 삼각대로 찍은 사진. jpg

작은 남성으로 산다는 것?

신랑도 키가 상당히 작은 편이다. 신게하게 남편은 어렸을때부터 가리지 않고 먹는 대식가였음에도 키가 크지 않은 모양이다. 남편은 애기때 미국으로 입양되었고, 친부모 정보도 없으니 유전인지는 정확히 알수는 없고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나는 키가 작은데도 (외부 회의나 행사를 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하이힐을 거의 신지 않는 반면, 남편은 한국에 있었을 때 소위 ‘남자들의 하이힐’인 깔창을 매일같이 신고 다녔고 꽤나 작은 신장에 신경을 쓰이는 눈치였다. 키 작은 여성으로 사는것보다, 키 작은 남성으로 살기가 더 불편한 점이 많은걸까? 내가 알기론 신랑은 3cm 부터 6cm 까지 깔창을 다양하게 사용한걸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새로 산 신발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신발 뒷부분이 많이 헐곤했었다.

작년이었을까, 나는 신랑에게 왜 깔창을 신고다니냐며 물었는데, 남편은 질문을 고스란히 받아쳤다.  “너는 왜 하이힐을 안 신어?” 나의 답변은 매우 확실했다.  “하이힐이 얼마나 불편한데. 불편해서 안신어. 그리고 그거 신는다고 내가 갑자기 엄청 키가 큰 사람으로 바뀌는것도 아니고, 하이힐때문에 내가 더 인정받거나 사랑받는것도 아니잖아. 하이힐을 신는다 한들 그 사실이 바뀌는것도 아니고. 그러니 나는 내가 편한대로 편한 신발 신고 다녀.” 신기하게도 그 이후로 신랑은 깔창을 신고 다니지 않았고, 지금도 당당하게 단화를 신고 다닌다.

나는 그가 평생 자신감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타인의 외적 모습을 보고 편견이나 선입견을 가지고 상대방을 대하지 않길 바란다. 장애가 있든, 키가 작든, 크든, 뚱뚱하든, 말랐든, 가난하든, 돈이 많든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똑같이 행복해질 권리가 있지 않은가. 그리고 본인이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과 다르더라도 끊임없이 본인을 사랑하는 법을 터득하고, 작은 것에 감사하며 살려고 노력한다면 어느샌가 행복하게 사는 자신이 보일 거라 믿는다.


Ciena About Author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에서 활동하는 블로그 운영자이자 콘텐츠 제작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