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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의 한국어 정복기 ep1: 노란과일

외국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아무리 애써도 쉽게 외워지지 않는 단어 한 두개쯤은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 영어단어 중 ‘창자'[인테스턴]: intestine’ 을 아무리 노력해도 안외워지더라고요 (이 단어를 지금 블로그에 적는데도 네이버 검색을 해야만 했어요 ㅠㅠ). 인테스턴이라는 영어단어 대신 입에 걷도는 건 오직 ‘utensil [유텐실]: 가정에서 사용하는 기구’이란 단어인데요. 인테스턴과 유텐실 – 왠지 비슷하지 않나요? 저 둘 단어를 하도 헷갈려해서 이제는 신랑이랑 있을 때 유텐실이라고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배를 가리키면 신랑은 제가 창자를 말하는거라고 알아 듣습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입장인 신랑도(이하 스티븐) 예외는 아닙니다. 미국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좀처럼 안외워지는 한국어 단어는 뭐가 있을까요?

에피소드 1. 노란과일 편

때는 바야흐로 2014년 봄. 퇴근하고 일본 라멘집에서 같이 저녁을 먹고 있었습니다. 허기진 배를 잡고 서빙이 되자마자 서로 아무말 없이 열심히 먹고 있는데 갑자기 스티븐이 사장님을 부릅니다.

“사장님, 여기 노란 과일 좀 더 주세요!”

잉? 왠 노란과일? 밥먹다 말고 왠 과일을 달라는거야? 저는 눈을 부릅뜨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채로 스티븐 얼굴을 한번 보고 사장님을 향해 시선을 돌렸습니다. 사장님은 저 멀찌감치에서 저희 테이블을 한번 훑어보더니 주방에 가서 무언가 들고 성큼성큼 오는데.. 아니 이건 다름 아닌 단무지!! 단무지를 노란 과일로 달라고 한 스티븐도 웃기고, 그걸 알아들은 사장님도 신기했습니다. 그날 이후로도 계속 노란 과일이라고 하길래 단무지라고 정정해주었는데도 쉽게 못고치더라고요. (마치 스티븐이 제가 유텐실이라고 할 때마다 인테스턴이라고 정정해주었음에도 못고치는 저 처럼요) 그렇게 저는 스티븐이 죽어도 못 외우는 한국어 단어가 단무지인걸 알게 되었어요.

몇 주 전 한인마트에서 단무지를 가리키며 노란 과일도 사자고 말하는걸 보니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신랑은 여전히 단무지를 못 외우고 있는 듯해요. 하지만 신랑이 제가 유텐실이라고 했을때 이제는 인테스턴이라고 용케 알아듣는 것처럼, 저도 신랑이 노란 과일이라고 하면 단무지로 알아서 듣기 때문에 어떻게 의사소통은 되더라고요. 서로 안 기간이 5년이 넘은 저와 신랑은 이제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사이가 되었나봐요. ㅎㅎ

외국어 공부를 하시는 분들 혹은 외국인 파트너가 있으신분 들 다들 비슷한 에피소드 있으실 것 같아요. 여러분은 죽어도 안 외워지는 외국어 단어 어떤게 있나요? 또 어떤 단어랑 헷갈리시나요?


Ciena About Author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에서 활동하는 블로그 운영자이자 콘텐츠 제작자입니다.